이란 이민자 눈으로 본 밥 딜런

입력 2022-07-26 17:57   수정 2022-07-27 00:30

빨강 파랑 등 원색이 교차하는 캔버스. 그 위엔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강렬한 붓 터치가 담겨 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오브제들이 숨어 있다. 팔 벌린 사람, 새의 부리와 동물의 모습까지, 익숙한 것들이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파샤드 파르잔키아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Ten Thousand Eyes(만 개의 눈)’ 전시장은 17점의 회화와 25점의 드로잉으로 가득 찼다. 200호가 넘는 대작도 여러 개 걸렸다.

1980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파르잔키아는 아홉 살 때 터진 이란 혁명 여파로 가족들과 덴마크로 이주했다. 유년기에 국경을 넘은 그는 이질적 문화를 접하며 성장했다. 13세기 신비주의 시인 루미와 페르시아의 시와 문학, 고대 페르시아 철학자 자라투스트라의 사상 등을 어린 시절부터 탐구했다. 이란의 영화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파블로 피카소와 아스거 욘 등 추상표현주의 회화와 밥 딜런 등 서구의 팝 음악도 그에게 영감을 주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

파르잔키아는 침략당한 역사, 고국의 문화적 뿌리 등을 대중문화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15년간 일하다 2016년 회화작가로 전향한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재료와 기법에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유화 물감과 오일 스틱, 설치와 판화 등을 아우른다. 미국 팝스타 프린스의 무대 의상을 그려넣기도 한다.

그는 전시 제목을 만 개의 눈으로 지은 것에 대해 “무한함과 인간성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 ‘만 개의 눈’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경험한 여러 문화적 요소가 공존한다. 조로아스터교 신화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불러온 회화 ‘Mithra in Darkwater’(2022), ‘Ahura’(2022)가 그렇다. 터번을 쓴 사람의 옆얼굴을 반복적으로 배치했는데, 이는 서양 현대미술이나 그래픽 디자인에 자주 등장하는 형식이다.

파르잔키아는 “나에게 예술 작업이란 새로운 문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해석하는 세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보는 이들 스스로 무수히 많은 인식의 가능성을 찾길 바란다는 의미다. 전시는 오는 9월 8일까지.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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